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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갑자기 그동안의 베트남 생활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목표를 세워보자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베트남에서의 새로운 시작>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2017년 태어나서 처음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다. 여행으로 호찌민에 간 적은 있었지만, 하노이는 처음이었다. 호주 워홀을 워낙 스펙터클하게 진행해서 해외 생활에 큰 걱정과 두려움은 없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호주 워홀 이야기도 다뤄 보겠다.) 하노이 근교의 공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공장에서 일해본적도 없고, 공장에서 일을 할거라는 생각도 없어서 적응에 많이 힘들었다. 공장 급여나 생활조건들이 다른 베트남 공장들과 비교하면 좋은 편이었는데도 말이다. 어찌어찌 적응을 하고 잘 지냈지만, 계속 공장 탈출을 꿈꿨다.

 

나는 진짜 서울에서 태어나서 대학교까지 쭉 지낸 서울 촌놈이다. 서울 촌놈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공장에 살다 보니, 너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다. 호주에서도 시티잡만 해서 기숙사 생활 하면서 어디 안 나가고 가만히 있는 것에 많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다 이직 공고에 지원하고 합격하여 하노이 시티잡으로 이직을 하였다. 

 

 

 

<자유를 꿈꾼 도비... 그러나 냉혹한 현실>

하노이 호안끼엠 맥주거리 (출처 : HeyKorean 커뮤니티)

 

처음에는 호안끼엠 근처에 집을 구하고 저녁마다 여행자 거리며 베트남인들이 많이 모이는 호안끼엠 호수를 마음껏 갈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처음 이직 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다른 직장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구두 약속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 기간에 진짜 짧은 기간 시티잡 회사들을 옮겨 다니면서, 많은 회의감을 느꼈다. 직원을 노비 종놈으로 여기는 사람도 만났었다. 처음 했던 월급 약속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에 베트남에 남았고 그러다가 코로나가 찾아왔다.

 

 

 

<모두에게 냉혹했던 코로나 기간>

베트남 코로나19 초기 봉쇄 모습

 

코로나19 초기에는 정말 어려웠다.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가기에는 투자한 시간이 아까웠고, 또 비싸진 항공료나 격리기간에 대해서도 손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존버를 선택했다. 집은 이미 저렴한 곳을 구해서 살고 있었다. 보증금 25만 원에 월세 25만 원짜리 집이었다. 집에는 창문이 없었다. 

 

모든 생활비도 최소로 줄였다. 여름옷만 있으면 되니 옷은 당연히 안 사는 거였고, 식비도 엄청나게 줄였다. 의식주를 다 줄여서 월에 50 정도로 산 거 같다. 이렇게 존버를 하다가 단기 알바 공고가 나왔다. 다행히 지원 후 합격하였고, 장기로 일하는 건 어떠냐는 제의도 받았다. 급여가 좋지는 않았지만, 시티잡이었고 당장이 급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 직장을 위해서 하노이 미딩으로 이사도 갔다. 주변에 한식당도 많고 카페나 여러 한인마트도 많아서 살기 편했다. 물론 나는 보증금 30만 원 월세 30만원 저렴한 이면 골목에서 살았다. 하지만 급여를 받기 시작하니 다시 생활이 폈다. 

 

 

 

<하노이 미딩에서 잠깐의 행복을 느끼다>

나에게 가장 친숙한 베트남 하노이 미딩 거리

 

6개월 정도 일을 하고, 돈이 모이자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아봤다. 엄청 좋은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기분이 묘했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느꼈던 게, 내가 돈을 벌고 내 집을 월세로 사는 거도 쉽지 않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 부모님께 압도적인 감사함을 느꼈다.)

 

이 기간에는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사수도 배려를 해줘서 거의 칼퇴를 하였고, 점심시간에도 여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공장 근무에 비해 박봉인 점과 기숙사 및 식대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나가는 돈에 대해서 걱정을 하였다. 이러한 고민들로 베트남 주식 투자도 시작하였고, 저녁에 영어 과외 알바도 조금씩 하였다.

 

 

 

<좌절로 끝난 베트남 생활>

하노이 호떠이의 모습

 

시티잡 근무 1년 6개월이 안 되었을 때, 사수가 개인 사정으로 한국으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느낌이 싸했는데, 갑자기 퇴사 통보를 받았다. 한국인 직원들을 물갈이하고 싶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한국인 직원도 자른다고 했다. 사장의 한 마디에 파리 목숨처럼 내 자리가 날아갔다. 회의감을 느끼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더 쓰고 싶은 말은 많지만...)

 

 

 

<3년만에 돌아온 너무 좋은 한국...>

 

코로나19라는 핑계로 약 3년 만에 한국에 귀국하게 되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동안 지쳐있던 심신도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들도 만나고 친한 친구 결혼식에도 참석하였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베트남으로 다시 가서 일을 할 것이냐, 아니면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해서 여기서 계속 살 것이냐...

 

한국에서 취업 쉽지는 않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그리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나 혼자는 어디 가서 밥은 안 굶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한국으로 오고 1달 만에 여러 가지 일자리를 구했다. 정말 고맙게도 친한 친구도 한국에서 일자리를 제안해줬다. 여러가지 일자리 옵션이 있었지만 친구가 제안한 자리와 베트남에 다시 가서 일하는 것 사이에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 복귀 2개월 차에 결단을 내렸다. 다시 베트남으로 가기로...

 

 

 

<다시 시작한 베트남 생활>

 

베트남 복귀를 결정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 때문이었다. 먼저 일하는 장소가 하노이가 아닌 호찌민이었고, 면접을 본 사수의 인상이 나쁘지 않았고 내 포지션도 앞으로 발전할 전망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아직까지는 만족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베트남 생활을 돌이켜 보면 후회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후회하려고 적는 게 아니라 반성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적어 본다. 첫 번째로, 첫 회사에서 너무 빨리 나온 것을 후회한다. 베트남 생활도 적응하고 어느 정도 여유 자금도 모을 수 있게 최소 3년 이상 다녔다면 파란만장한 베트남 생활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사장들의 구두 약속을 너무 믿은 것을 후회한다. 처음 제시한 조건에서 말을 바꾸고, 또 이용도 당해 보면서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세 번째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당장 월급이 급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일자리를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일에 더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와 반성 그리고 다짐>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먼저 나의 장기 목표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시간과 자유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시간과 자유를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돈이다. 내게 충분한 돈이 있다면 24 시간을 좀 더 나만을 위해 쓸 수 있고, 돈의 제약으로 선택할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자유도 생긴다. 그리고 시간은 내가 건강한 시간을 의미한다. 아프면 내 시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으면 나의 시간은 당연히 없다.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단기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회사에서 대체불가능한 인력이 되는 것이다. 해외 취업의 단점 중 하나가 고용의 불안정성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 내가 회사에 필수적인 인재가 되는 것뿐이다. 두 번째 목표는 자산 증식이다. 절약과 부수입 창출을 통해 시간과 자유를 얻기 위한 돈을 모을 것이다. 첫 번째 목표와도 연결되는데, 나의 가치를 올려서 급여를 올리고, 이를 재테크 등을 통해서 잘 관리하여 자산을 증식시키는 것이다.

 

항상 직장인이 꿈꾸는 나만의 사업을 가지는 것은 항상 염두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좀 더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싶어진 것 같다. 자영업을 통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보다, 월급쟁이의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을 요새 좀 더 추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다. 항상 기회를 엿보며 나만을 위해서 시간을 쓰고 자유롭게 사는 그날을 위해서 오늘도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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